'내향적인 사회활동가를 찾아서'... 조금 특별한 큐레이션

서울시NPO지원센터는 공익활동을 주제로 2014년부터 약 6년 간 2000 건의 아카이브 콘텐츠를 쌓아올렸다. 이제는 공익활동을 둘러싼 그 어떤 주제를 검색하더라도 훌륭한 자료들을 쏟아낸다. 그렇다면 아카이브 콘텐츠를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웹사이트 뒤에서 주옥같은 자료를 갈고 닦는 고수, 허그림 공익활동 큐레이터를 만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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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그간 많은 아카이브 콘텐츠를 올려주셨어요. 도대체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일까 궁금했답니다. 
"안녕하세요, 허그림입니다. 저는 아름다운재단에서 근무한 지 올해 5년 차가 된 간사에요. 현재 아름다운재단 협력사업팀 소속으로 청소년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하고 있고 시민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곧 담당할 예정입니다."

- 어떤 계기로 공익활동 큐레이터를 시작하셨나요? 
"막연히 공부를 계속 해야겠다고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늘 그렇듯이 포털사이트를 열어 뭔가를 검색하고 한두 페이지 보다보면 놀랍게도 빠른 속도로 집중력이 흐려지잖아요? 하하. 이 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과업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직접 작성하신 해외공익사례 자료들이 많더라고요.  해외자료를 읽고 쓰는 능력이 상당히 출중하세요! 평소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편이신가요?
"구글의 도움을 많이 받고요(웃음). 아무래도 번역 툴은 한계가 있다 보니 윤문하는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써요. 특히 비영리 섹터의 용어들. 아 참, 이 기회를 빌려 독자 분들에게 꼭 당부를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요! 제 글에 오역이 있을 수 있으니 잘 걸러서 보십시오, 하하.

국내자료는 인터넷 검색만 조금 해 보아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해요. 이왕이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해외자료를, 제가 조금 더 품을 들여서라도 작업하고 싶고요. 제 개인적인 필요도 있어요.

이를테면, 최근에 담당하게 된 청소년 활동 관련해서 'Z세대'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요. 국내 자료는 굉장히 소수인데,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부터 'Z세대'라는 새로운 세대를 정의하고 분석하는 일이 이루어져왔거든요. 해외자료에 눈을 돌리면 훨씬 더 다양한 스펙트럼의 정보를 폭 넓게 찾아볼 수 있죠."

공익활동 큐레이터가 하는 일

- 큐레이터 활동의 핵심은 바로 '글쓰기' 인데요, 나만의 글쓰기 꿀팁이나, 마감의 압박을 견뎌내는 비장의 무기가 있을까요? 
"오히려 제가 고민 상담이 필요한데요?(웃음) 글쓰기가 참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요즘에 저는 계속 업무 관련 글쓰기만 하다보니까, 마치 늘 쓰는 근육만 쓰는 사람처럼, 문장의 형태나 구성이 고착화되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일기나, 에세이와 같이 개인적인 글쓰기를 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요.

제가 마감의 압박을 잘 받지 않는 편인 것 같아요, 하하. 만약 아카이브를 한 편도 못 올린 달이 있다면, '아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라는 마음을 품고 쿨하게 넘어가요(웃음). '다음 달에 두 편 올리면 되지'라고 가볍게 생각하죠. 하지만 아카이브 작성은 늘 주말 할 일 리스트에 올라가있고요. 틈틈이 조금씩 작성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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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애정이 담긴 글, 혹은 주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맨 처음에 작성한 글이요. '내향적인 활동가의 사회운동'이요. 내향적인 활동가는 활동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나열한 점이 흥미로운 자료였어요. 그 때 조회 수가 꽤 높았는데, 그런 독자들의 반응도 무척 신기했어요!

아마도 '내향적인 사람들이 활동가를 한다고?'라는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전체 인구 가운데 내향성을 가진 사람이 평균 30%를 차지한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는 늘 집회 선두에 서는 사람, 목소리 큰 사람만 기억하죠. 뒤에서 운영을 하거나, 콘텐츠를 만들면서 조용히 활동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말이에요. 그런 측면을 환기를 시켜주는 글이어서 호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 본인도 내향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네, 맞아요. (웃음) 오늘 인터뷰 오기 전에도 많이 긴장해서, '아 다시 집에 가고 싶다' 이런 생각 했어요 하하."

- 큐레이터 일을 하며 보람을 느길 때는 언제인가요?
"성취감이 있어요. 어느 새 제가 쓴 글이 열 다섯 편이더라고요? 직관적으로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죠. 센터 게시판에 제 글이 계속 쌓여가니까. 또 공부를 지속하고 있다는 감각이 좋아요.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흘려보내는 시간도 많은데, 내가 그래도 뭐 한 가지는 꾸준히 하고 있구나, 라는 느낌?"

- ​새로운 정보를 접하는 채널이 있을 것 같아요. 신선한 영감을 주는 책, 영상 혹은 미디어를 소개해주세요.
"유명한 매거진들을 우선적으로 보구요. SSIR(스탠포드 소셜 이노베이션 리뷰), HBR(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같은. NPO 관련 해외 사이트들도 즐겨찾기에 저장해두죠. 대부분은 구글에 키워드를 직접 검색하는 비중이 커요. 조금 더 가벼운 미디어로는 넷플릭스, 유튜브도 보고, 독서모임에서 신간을 읽기도 해요. 지금은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다른 한 편으로는 음악을 참 좋아해요. 여행하면서 우연히 알게 된 현지 음악을 기억해두었다가 찾아서 듣기도 하고, 아주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듣기도 해요. 요즘은 유튜브 랜덤플레이 리스트가 좋더라고요. 또, 넷플릭스 드라마 속 OST가 인상적이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기도 해요. 일상의 모든 순간이 영감이죠.

호기심과 성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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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그림님은 어디에 꽂혀있나요? 
"그레타 툰베리 사례를 보면서 Z세대에 관심이 커졌어요. 세대변화가 정말로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학교비정규직노동자 분들이 파업할 때, 학생들이 '우리는 불편해도 괜찮다'라고 지지하는 의사를 표시했죠. 또 예맨 난민문제가 논란이었을 때, 오히려 청소년들은 더 큰 포용력을 보여주었어요. 최근에는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지니 학교에서부터 그런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생활하잖아요?

문화적 다양성에 Z세대들이 훨씬 열려있다는 느낌이에요. 난민 출신의 친구들을 옹호하기 위해서 중학생들이 시민 참여하는 사례들을 보고 정말 새로운 세대가 출현했나? 라는 기대감도 생기고요."

인터뷰의 출발이라고도 할 수 있는 사전취재에서 허그림 큐레이터는 난도가 꽤 높은 상대였다. 그에 대한 힌트를 얻어내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센터 아카이브 게시판을 샅샅이 파헤쳤다. 그가 쓴 글을 빼놓지 않고 모두 읽어보았다. 그리고 주제의 폭과 깊이에 크게 감탄했다. 

그렇게 발견한 두 가지 키워드는, '호기심'과 '성실함'. 실제로 만나보니, 과연 글은 글쓴이를 닮기 마련이다. 인터뷰를 시작하자, 답변이 빼곡하게 적힌 메모장을 꺼낸다. 또박또박 성실하게 말을 이어나가면서도 이따금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발사한다. 앞으로 허그림 큐레이터의 레이다가 어디로 향할지, 다음 달, 또 그 다음 달에는 어떤 글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몹시 기대된다. 나의 즐겨찾기 리스트에 이렇게 또 한 명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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