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관리소장이 적폐세력 기획자였다

국가적으로 청산해야 할 적폐가 있지만, 국민의 약 70%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적폐도 만만치 않습니다. 경험해보니 국가 적폐보다 마을(아파트) 적폐의 청산이 더 힘들게 느껴집니다. 4년간 아파트 회장을 하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경험과 성취한 작은 성공의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칼럼은 30회 연재 중에 13번째 글입니다. -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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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관리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관리사무소 직원을 직접 고용해 모든 것을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지는 '자치관리'가 하나고, 수수료를 주고 업체에 관리를 위탁하는 '위탁관리'가 또 다른 하나다. 위탁관리를 하게 되면 관리의 책임은 위탁관리회사가 지게 되고 상대적으로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은 가벼워진다. 이런 까닭에 전문성이 약하고 상근직이 아닌 동대표들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를 선호한다.
 
물론 위탁관리회사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위탁관리회사를 통해 아파트를 관리하는 것이고 관리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위탁관리회사 직원이 된다. 하지만 직원들은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가 고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왜냐면 위탁관리회사 선정을 입주자대표회의가 하고, '위탁계약'은 법적으로 아파트가 원하면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임면권은 결국 아파트에서 힘이 가장 센 회장이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장의 요청으로 소장을 교체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회장인 나에게 비협조적인 걸 넘어서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쫓아내려고 했던 압도적 다수의 동대표들이 그의 편이었기 때문이다. 회장인 내가 위탁관리회사에 관리소장 교체 요청을 여러 번 했는데, 그때마다 회사는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적폐 세력이 그의 든든한 뒷배였다.

하지만 관리소장은 적폐 세력의 단순한 하수인이 아니었다. 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법률적 지식이 상당했고, 수년 동안의 해외 근무 경험으로 영어까지 능통한 그는 내가 보기엔 적폐 세력의 기획자였다.
 
관리소장과의 첫 만남
 
관리소장을 처음 만난 건 내가 회장으로서 업무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방문한 2015년 10월 16일이었다. 친절했다. 자기도 나와 같은 대학을 나왔다며 15년 선배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하지만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나도 선배님이니 오히려 부탁드려야 할 거 같다며 웃으면서 인사했다.
 
그를 만나기 전 내게 들려오는 그에 관한 소문은 좋지 않았다. 규모가 큰 우리 아파트에 소장으로 오려고 500만 원을 관리회사 브로커에게 상납했다는 소문도 있었고, 입주민들을 하대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으나, 개의치 않았다. 막상 만나보니 거만하지도 거짓말 할 것 같은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게 하나 있었다. 업무 인수인계 목록 중 하나인 전 기수 입주자대표회의 운영비 회계 자료를 넘기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전 기수 동대표들의 흠을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니 안심하고 정리해서 달라고 하니까, 아파트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거듭 거부했다. 당시 나와 함께 동대표에 선출된 사람들의 15명 중 10명(이들이 바로 적폐 세력들이었다)이 전 기수이기도 했는데, 내가 그들이 사용한 운영비를 보면 그들이 싫어한다고 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운영비를 규약대로 썼으면 아무리 많이 써도 상관이 없는데, 그들이 싫어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렇게 버티는 그에게 나는 규약에 나와 있는 대로 하자고 설득해서 결국 전 기수의 운영비 사용 내역을 받게 되었다. 확인해보니 1500만 원 정도를 불법적으로 사용했다. 당시 그걸 문제 삼을 맘은 없었으나, 이것을 알게 된 입주민들은 회수를 강력하게 요청했고, 이것은 결국 나중에 그들을 침몰시키는 수단이 되었다.
 
해임투표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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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초부터 3월 말까지 3회에 걸쳐 치러진 나에 대한 해임투표 과정에서 관리소장은 해임의 기획자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순진하게도 나는 관리소장이 회장 해임에 가담한 것은 적폐 세력이 다수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나에 대한 해임투표를 중지시키기 위한 가처분재판을 진행할 때 그는 항상 재판에 출석해 회장인 나를 비난하고 거짓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적폐 세력이 다수여서 어쩔 수 없이 부역한 것이라면 법원에까지 출석할 필요도, 거짓 진술할 이유도 없다.
 
또한 재판을 위한 준비서면 등의 각종 서류도 그가 쓴 것 같았다. 그들이 사비를 들여 법원 제출서류를 작성할 가능성은 적었고, 무엇보다 그들과 서류 작성은 거리가 있어 보였다. 2016년 한해에만 나를 11번 고소했는데, 그 고소장도 관리소장이 작성해준 것으로 보였다.
 
이런 까닭에 나는 '해임투표 중지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재판을 할 때 적폐 세력들의 핵심 3명과 관리소장을 채권자(피고)로 지정했다. 관리소장은 준비서면에서 자신은 중립적 입장에서 관리업무를 하는 소장이고,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동대표들 간의 갈등이므로 사건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고 답변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도 관리소장이 단순한 부역자를 넘어 적페 세력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뿐 아니라 그는 홈페이지에 나를 비방하는 글을 서슴지 않고 남겼고, 자기에게 법적 근거를 가지고 비판하는 입주민을 고소하겠다고 협박했으며, 실제 입주민을 고소하기까지 했다. 법으로 입주민들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욕설과 협박
 
급기야 관리소장은 협박까지 했다. 회장과 소장은 정기회의 전에 안건을 조정하기 위해 소통하게 된다. 보통 회의 1주일 전, 아파트가 처리하고 추진해야 할 현안을 잘 알고 있는 소장이 이런저런 안건이 필요하다고 회장에게 제안하면 회장은 그것에 자신의 관심 사항을 포함해 게시판에 공고하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나를 해임 시키려는 주동자지만, 그가 관리소장인 이상 회장인 나는 회의를 위해 그와 대화를 할 수밖에 없었다.
 
2016년 9월 어느 날 한 입주민이 정기회의에 상정해달라며 입주민 20명 서명을 받아 안건을 제안했다. 안건 상정은 회장의 권한이나, 아파트 관리규약은 입주민들이 20명 이상 서명을 받고 요건을 갖춰서 제안하면 회장은 안건 상정을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안건이 '관리소장 해고'였다. 관리소장에 대한 입주민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이다. 안건을 제안한 입주민은 관리소장이 관리규약과 공동주택관리법을 어긴 사항을 자세히 기록한 서류를 나에게 제출했다. 나는 관리소장에게, 소장이 불편할 수 있지만 입주민이 요건을 갖춰서 안건 상정을 요청해왔기 때문에 받아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그는 강하게 반대하면서, 안건 상정 여부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나는 입주민이 형식과 요건을 갖춰서 제안하면 안건으로 채택하는 것은 '의무'이지 '의결사항'이 아니라고 했더니, 갑자기 나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너, 밤길 조심해"라고 협박하는 게 아닌가. 무섭고 섬뜩했다.
 
정전 사고
 
2016년 10월 30일 일요일 밤 11시 30분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 그 쌀쌀한 가을에 장장 8시간 동안 정전사고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의 불편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런데 이런 비상상황에 관리책임자인 관리소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후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렸다. 정전사고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입주민들이 회의에 몰려와서 관리소장에게 정전사고의 책임을 물었다. 그들은 '허구한 날 멀쩡한 회장을 해임시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고 정작 집중해야 할 아파트 관리를 하지 않고 있으니 정전사고 일어난 게 아니냐,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해야 할 관리소장이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왜 나타나지 않느냐'며 격하게 따졌다. 그런데 적폐 세력들은 어처구니없게도 그렇게 따지는 입주민들을 향해 고함을 치며 관리소장을 옹호하고 나서는 게 아닌가.
 
거기에 힘을 얻어서인지 관리소장은 도리어 나를 공격했다. 공교롭게도 10월 27일 목요일에 나는 부친상을 당했고 정전사고가 일어난 날 삼우제 때문에 고향에 머무르고 있었던 관계로 정전사고 현장에 올 수 없었다. 그런데 관리소장은 나에게 '왜 회장은 정전사고 때 현장에 와보지 않았느냐, 장례식장에 확인해보니 장례식은 10월 29일 토요일에 마쳤다고 하던데, 그럼 30일 일요일 밤에는 정전사고 현장에 와야 하는 거 아니냐'며 공개적으로 나를 비난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들은 적폐 세력도 일제히 일어나서 삿대질하며 나를 비난했다.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아버지를 갑자기 잃은 슬픔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그것도 관리책임이 회장에게 있지 않다는 걸 잘 아는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하여 나는 이 사건으로 관리소장을 내보내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가 회장인 나의 동의 없이 회장 직인을 찍어 대외적으로 의사 표시한 사건, 즉 사문서위조사건이 터졌다.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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